로이 하그로브(Roy Hargrove) 전통과 혁신을 꾀한 재즈 트럼펫터

트럼펫이란 악기

여러분들 재즈 하면 가장 인상 깊던 악기가 무엇이 있으시나요. 피아노? 베이스? 기타? 네. 아주 다양한 악기들이 생각되지만 저는 브라스 악기 중 하나인 트럼펫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트럼펫이라는 악기의 매력이라면 강력한 음역대와 사운드,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잔잔하게 연주자의 역량에 맞추어 나오다보니 상당히 어려운 악기 중 하나인데요. 저도 어렸을 적 악기가 작고 들고 다니기 간편해보여서 트럼펫을 직접 독학으로 연습해보고 불러봤지만 정말 정말 소리 내기 어려운 악기 중 하나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소리를 내는 구조가 살짝 다르기 때문이죠.

잠깐 악기에 대해 설명해드리는 것도 재즈 음악을 듣는 재미있는 요소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많이 보이고 연주되는 색소폰은 리드악기라고합니다. 얇은 나무판이나 금속판이 입으로 불면 판이 떨면서 소리를 내지요. 하지만 브라스 악기들은 입술이 리드 역할을 하여 직접 떨기 때문에 엄청난 노력이 없이는 쉽게 소리조차 내기 쉽지 않죠. 또 음정과 소리를 내는 구조가 트럼펫은 단 3개의 밸브의 미세한 조절과 입술 떨림의 조절이 함께 이뤄져야 되기 때문에 더욱 어렵습니다. 그치만 트럼펫의 매력은 역시 고음역대이죠. 모든악기들은 음역대가 정해져 있지만 트럼펫이라는 악기는 연주자의 능력에 따라 입술을 더욱 떨어 고음을 낼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기에 재즈 빅밴드에서1st트럼펫, 2st으로 포지션이 나누어 진답니다.

 

로이 하그로브의 생애

그래서 오늘은 역시 트럼펫터 한 명을 여러분들께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정통과 혁신을 꾀한 뮤지션’이라’ 불리는 로이 하그로브입니다. 무궁무진한 음악적 아이디어와 날카롭고도 때로는 부드러운 톤 컬러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로이는 상당한 기간 동안 미국 재즈 씬의 중추 역할을 해왔습니다. 현재도 많은 후배 아티스트들이 그를 통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영감을 얻고 있는데요.. 쉽게 말해 로이 하그로브는 여러모로 가장 성공한 재즈 뮤지션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87년도. 평소 우상으로 여기던 트럼펫 스타 윈튼 마살리스와 갑작스럽고도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게 됩니다.

 

어느 날 윈튼 마살리스는 로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 예고 없이 방문하였는데, 당시 만 18세이던 로이 하그로브의 재능에 깊은 감명을 받아 자신의 매니저인 레리 클로시어의 도움으로 로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게 되며 로이 하그로브는 윈튼 마살리스를 통해 뉴욕과 유럽, 일본 등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며, 그의 지원으로 음악적으로 좋은 자양분을 받고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로이는 장학생으로 버클리 음악대학에 진학하며 보스턴으로 이주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다운비트> 매거진과 같은 다양한 매체들이 일제히 로이 하그로브에게 주목하기 시작해 자신의 존재감을 점차 세상에 알리게 됩니다. 그 후 뉴욕으로 이주하여 역시 제가 졸업한 세계 최고의 재즈 음악학교 더 뉴스쿨 재즈&컨템퍼러리 뮤직& 프로그램에 재학하게 되죠.

오늘 제가 소개하는 음악은 Earfood Earfood라는 앨범에 수록곡 ‘Strasbourg(스트라스버그) St. Denis’입니다. 드림팀으로 구성된 로이 하그로브 퀸텟의 최근 앨범으로 로이의 가장 이상적인 사운드가 담긴 작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재즈 팬들을 넘어 대중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아온 ‘Strasburg St. Denis’! 쿨하면서도 멜로디컬 한 트럼펫 연주를 보여주는 이 앨범은 로이 하그로브의 음악의 정점을 보여주는 곡들이 가득합니다.

https://youtu.be/PZ4oyVMtVvg

곡이 처음에는 차분하면서도 점점 파워풀해지는 다이내믹이 느껴지시나요? 저도 기분이 우울할 때마다 항상 찾아 듣는 곡이기도 합니다. 트럼펫과 색소폰이 동시에 같은 멜로디를 연주하는 유니즌 사운드와 코러스 사운드가 아주 인상적인 네오소울 펑키 재즈입니다. 라이브 영상을 검색해 들어보시면 더욱 현장감 넘치는 곡의 느낌을 들을 수 있으십니다. 그리고 이 곡의 제목이 좀 특이하죠? 파리에 있는 지하철역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답니다.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좀 험한 동네라는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파리 라이브 공연 때It’s a fun place라고 말하니 관객들이 다들 웃습니다.

안타까운 죽음과 그의 영향

또한 45회 그래미상에서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 색소폰 마이클 브레이커 등과 공동 작업한 Directions in Music으로 재즈 부분 대상을 받은 바 있는데요.. 하지만.. 그 역시 팻츠 나바로, 클리포드 브라운, 리 모건, 우디 쇼 등 한 시대를 풍미한 트럼펫 레전드처럼 50세의 벽을 넘지 못했는데요.. 그는.. 신장 기능의 이상을 발견하고 14년 동안 병원에서 투석 치료를 받으며 음악 활동을 지속했지만 지난해11월 뉴욕의 병원에서 49년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를 발굴하고 그의 멘토가 되어준 윈튼 마살리스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추모의 글을 올렸습니다.

 

‘내가 처음 그의 연주를 들었을 때 그는 경이적인 청각, 대단한 기억력과 엄청난 트럼펫 연주력을 가진 절대적인 인물이었다. 이 글을 쓰는 중에도 슬픔을 억누를 수 없지만, 로이가 남긴 삶과 유산에 의해 다시 기운을 내게 된다.’ -윈튼 마살리스-

 

데뷔 초기 그의 연주 스타일은 정통 하드밥 스타일로 많은 호평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통 재즈를 고집했던 그의 멘토 윈튼 마살리스와는 달리 그는 재즈에 머무르지 않고 소울과 힙합 뮤지션들과 교류하며 장르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를 추구하였죠. 지금도 그의 음악적 업적은 많은 젊은 재즈 뮤지션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https://youtu.be/XM83V4BD1Bw